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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잡생각

RAW의 매력

한그리 2010. 12. 8. 11:39

요즘 동생과 자주 오고가는 화두 중 하나가 바로 RAW란 단어다. Raw란 ‘생’, ‘날의’ 란 뜻인데 결국 ‘가공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 단어는 사진에서도 발견되는 단어인데 일단 raw로 찍는다라는 얘기는 그 어떤 압축(compression)이나 보정없이 사진의 모든 detail을 그대로 살려둔다라는 의미로 보인다.

사람에게도 이 raw란 단어를 대입해 볼 수 있는데, 어떤 사람의 캐릭터를 설명할 때 raw하다라고 표현될수도 있다. 주위에 raw한 성격을 가진 친구들이 있다. 그렇다고 이 친구들의 성격이 닮았다라는 것은 아니다. 각자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성향의 바탕에는 rawness가 깔려있다라고 보여지는 것이다.

Raw를 거론한 이유는 어제 잠시 생각해본 위선이라는 단어때문이다. 우리가 사회를 살아가다 보면 위선적이어야 할 때도 가식을 떨어줘야 할 때도 있음을 부정할수는 없다. 이것은 바로 사회적으로 규정지어 놓은 도덕적 가치관과 예의범절이라는 굴레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가식과 예의 사이에서 우리는 항상 갈등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싫은걸 싫다고, 맘에 안드는 것을 맘에 안든다고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내가 타인으로부터 어떻게 비춰질까 하는 걱정이 원인이라고 생각되는데, 즉 내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춰지는 내 모습이 어떨까 고민하다 보니 내 raw한 모습에 가공을 하게 된다. 현재의 사회는 이 가공된 모습으로 흘러가고 있다. 자연적이지 않은 인공적인 모습으로 말이다.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정치인들이 결국 권력을 잡고, 금융과 부동산은 롤러코스터의 최정상처럼 ‘거품’위에 아슬아슬하게 내리막길을 바라보고 있고, 성형수술이 판을 치고, 사람들은 서로를 만날 때 자신의 raw한 모습을 숨기며 조건을 따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세상은 애초에 fiction이지만 소설 속 소설이 되어간다. 하지만 fiction의 좋은 점은 내가 내 마음먹기에 따라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바꿀수도 있단 얘기다.

어쨌든 이런 세상속에서 raw의 매력은 참으로 거부할수 없는 매력이다. 괜히 대다수 남자들이 여성의 나체에 끌리는 것이 아니다. 괜히 많은 사람들이 갓난아기의 순수함에 절로 웃음을 짓는 게 아니다. 때론 칭찬만을 좋아하는 우리가 기분 상할일도 있겠지만 raw란 결국 순수와 진실을 경험할수 있는 단어이다.

이렇게 끄적이면서도 내심 여성들의 생얼에 깜짝 놀랄 때가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raw하다는 것은 정말 실천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또 실천하지 못할 말을 지껄이는 나는 아직도 멀었다.


W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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