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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놈놈' - '기대한놈', '화려한놈', '아쉬운놈'

한그리 2008. 8. 3. 22:57
'놈놈놈' - '기대한놈', '화려한놈', '아쉬운놈'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감독 김지운 (2008 / 한국)
출연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류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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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의 5번째 영화 '놈놈놈'에 대한 기대는 정말 대단했다.
'조용한 가족'을 시작으로 '반칙왕' -> '장화홍련' -> '달콤한 인생'으로 이어진 그의 작품들이
하나같이 너무나 매력적이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특히 김지운 감독의 전 작품 '달콤한 인생'에서
보여준 그의 연출력과 스타일은 사상최대의 제작비를 쏟아부은 '놈놈놈'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으니까 말이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고를때 배우들보다는 감독을 우선순위에 두는 나에게는 '김지운'이란
타이틀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땟깔 좋은 화면, 풍성한 볼거리





우선 화면은 역시 스타일리스트 김지운이다라고 할 만큼 땟깔 좋은 화면을 보여준다.
김지운 감독의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 중 가장 큰 하나가 바로 김지운 감독만의 색감이다.
'김치웨스턴 무비'라는 닉네임에 걸맞는 색감을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을 했을 것 같다.
색감에 대한 남다른 감각이 있는 김지운 감독은 '놈놈놈'에서도 헐리우드 카우보이와는
또 다른 그만의, 말 그대로 '김치 웨스턴' 색채를 아주 잘 담아냈다고 개인적으로 본다.

영화는 또 김지운 감독이 미리부터 강력히 언급했듯이 풍성한 볼거리를 보여주고, 영화 자체도
철저히 비주얼 위주로 진행된다. 블록버스터다운 액션도 비주얼을 한 껏 업그레이드 해준다.
특히 여지껏 한국 영화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말타기 액션과 카우보이식 총잡이 액션은 꽤나 볼만했다.

다만 같은 액션의 반복이 지루한 면도 있었다. 특히 영화 막바지 부분 사막에서의 쫒고 쫒기는
추격전은 너무 오랜시간 비슷한 액션만을 뿌려대서 긴장감이 떨어지고 눈의 즐거움이 그저 익숙함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고 말았다.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영화는 정우성, 이병헌, 송강호 이 세 주연이 자신들만의 캐릭터를 입고 캐릭터의 힘으로만 133분을
이끌고 나간다. 말 그대로 캐릭터의, 캐릭터를 위한, 캐릭터에 의한 영화다.

워낙 비주얼이 좋은 배우 정우성은 액션 하나만은 폼나게 보여준다. 그냥 말 타면서 총을 쏴도 멋있긴 하다.
다만 아직 연기력에서 두 배우에게 많이 뒤쳐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으며 '좋은놈' 이라는 캐릭터를
최대한 살리지 못해 세 캐릭터 중 가장 그저그런 밋밋한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나쁜놈' 이병헌은 비주얼,연기력 하나 빠지지 않는 카리스마 배우다.
목소리와 슬픈 눈빛만으로도 확 끌어당기는 그런 매력을 가진 배우라 박창희라는 잔인하고 비열한 인물을
어떻게 보여줄까 사뭇 궁금했다. 박창희의 비주얼은 상당히 인상적이였다. 여전히 강렬한 카리스마와
목소리는 많은 여성팬들을 즐겁게 해줄 만 했다고 보지만....
그는 진정 '나쁜놈'이 되지는 못했던 듯 싶다. 행동은 악랄한 '나쁜놈'이지만 숨길수 없는...
아니면 여태까지 해온 연기를 완전히 버리지 못한듯 싶은 슬픈 눈빛이 '나쁜놈'의 이미지가
내심 기대한 '아주 막되먹은 나쁜놈'까지는 못 미치는 캐릭터가 되었다.

'이상한놈' 송강호는 정우성이나 이병헌과 같은 훌륭한 비주얼은 없지만 이건 연기가 아니구나라고
느낄 정도의 연기력을 어느 영화에서든 보여주는 괴물같은 배우이다.
당연히 이번에도 그의 연기는 빛을 발하며 사실 영화는 송강호 혼자 이끌어 나간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상하지만 독창적이고 튀는 캐릭터를 보여준다. 영화 내내 웃음코드는 송강호가 다 쥐고 있다.
그의 표정만 봐도 웃음이 나와버리는 그 연기를 대체 누가 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의 너무나 튀어버리고 독보적인 캐릭터 탓에 영화가 3색 인물의 조화보다는 너무 '이상한놈'에게
편중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이 세놈의 세심한 조화보다는 뭔가 그냥 티격태격 지들끼리 싸우다가 끝나버린 느낌이였다.
제목부터 세놈이란 캐릭터를 부각시킨 만큼 캐릭터간의 조화에 좀 더 신경을 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너무 직선적인 스토리라인....여기에 조금만 신경썼어도....



나는 이런류의 영화를 볼 때에 솔직히 스토리는 왠만하면 배제하고 보는 편이다.
그게 더욱 속 편하기 때문이다.
두마리의 토끼를 다 잡으면 좋겠지만 한마리만 잡아도 맛있으면 됐다라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스토리가 부실하면 생각할 틈도 없이 눈이 바쁘게 현란한 화면들을 뿌려줘야 만족을 할 것 아닌가?

그런 면에서 볼때 '놈놈놈'은 2/3는 성공했지만 나머지는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헐리우드 영화에 비교하는 것 자체가 제작비나 여러가지 여건을 봤을 때 무리가 있긴 하지만
관객의 눈이 헐리우드 레벨의 화면에 익숙해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놈놈놈'의 화면이 헐리우드에 비해 못한 것은 없지만 어떤 부분에 지루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작가주의까지는 아니더라도 매 영화에서 스토리의 복선 및 반전의 재미를 선사해준
김지운 감독이라서 너무 직선적인 '놈놈놈'이 아쉬운 것이다.
김지운 감독이라면 좀 더 흥미진진한 스토리라인을 구축할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밀려든다.

특히 마지막 추격씬에서의 일본부대 총출동은 무리수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숨겨진 보물을 위해 한 나라의 사명감을 가지고 총출격한 부대 치고는 너무나 규모가 작은 부대였으며
아무리 오합지졸로 이루어진 군대라고 할지라도 말 잘타고 총 잘 쏘는 '좋은놈' 한놈이 휩쓸고 지나갈 만한
허접때기 군대라는 설정은  '일본을 쳐부수는 대리만족'을 주기에는 너무나 부족해 보이는 설정이였다.
어차피 등장이 불가피했다면 이런 부분을 좀 더 세심한 스토리로 매꾸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


'놈놈놈'은 액션영화 치고 아주 긴 러닝 타임 133분이라는 시간이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긴장감이 돌고 스릴을 만끽하며 보는 내내 눈이 계속해서 즐거웠던 영화도 아니였다.
하지만 김지운 감독의 새로운 장르 도전에 박수를 보내며 한국도 다양한 소재로 땟갈좋은 화면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의미있는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W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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