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대다 끄적이다.

[적벽대전] : 장대한 시작에서 너무 오우삼다운 스타일로 장식한 마지막 본문

주절주절/영화

[적벽대전] : 장대한 시작에서 너무 오우삼다운 스타일로 장식한 마지막

한그리 2009. 1. 27. 23:14

적벽대전 : 거대한 전쟁의 시작
적벽대전 2 : 최후의 결전

※스포일러 포함

삼국지에서 최대전쟁이라는 적벽대전. 아마 삼국지 팬이거나 삼국지를 대충 한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적벽대전을 모를 수가 없을 것이다. 특히 삼국지 팬이라면 당대 최고의 전쟁을 영화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아마 나오는 날 극장으로 달려갔을 것이다. 그리고는 오우삼 감독이 과연 어떻게 이 너무나도 거대한 스케일의 전쟁을 스크린에 뿌렷는지 확인해봤을 것이다.



1,2 편이 아닌 1부 2부

처음 [적벽대전 : 거대한 전쟁의 시작]을 가슴 두근거리며 한창 집중하며 재밌게 보고 있는데 갑자기 'To be continued(다음에 계속)'이란 자막이 뜨면서 영화가 끝나버리는 황당함을 경험하게 되었다. '드라마도 아니고 영화가 갑자기 이렇게 중간에 끊겨도 되는거야?
' 라는 황당함과 불만은 1부 거대한 전쟁에 대한 만족감과 2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누를 수 있었다. 영화 역사상 처음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워낙 긴 러닝타임을 과감히 2부로 나뉜 시도는 관객들 입장에서는 관람료를 2배로 지불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적벽대전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었다. 사실 개인적인으로는 이 거대한 스케일의 전쟁을 그려내기는 2부도 모자란다는 생각이다. 거기에다 삼국지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각 인물에 대한 설명까지 곁들이려고 했다면 아마 4부작으로 해도 힘들었을거라는 생각이다.

[거대한 전쟁의 시작]은 훌륭, [최후의 결전]은 So So...


각색의 정도가 삼국지 독자들에게 있어 1부와 2부의 재미를 결정했다.

처음 [거대한 전쟁의 시작]의 시작은 바로 유비가 조조에게 쫓기는 장면이다. 이 장면 자체 하나로도 영화 한편이 제작될 수 있을 만큼 유비에게 있어선 가장 긴박하고 위급한 상황이었다. 이 부분에서 삼국지 독자들은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장면들이 상당수 나온다. 조자룡이 유비의 갓난아들 유선을 등에 메고 혈혈단신 조조의 1만대군 속을 뚫고 나가는 장판교 전투, 장비가 시간을 벌기 위해 지략까지 펼치며 장판교 다리위에서 수만의 조조군을 홀로 상대하는 장면 등, 물론 정사와는 다른 과장된 소설인 연의일지라도 삼국지 독자들에게는 인상깊은 장면들인데 이런 장면들은 과감히 각색이 되거나 삭제가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장면들을 다 담기는 불가능하고 어차피 영화의 촛점은 '적벽대전'이다 보니 감독도 많은 고민을 했을 듯 싶다. [거대한 전쟁의 시작]에서 없애버린 주요사건들은 '적벽대전'을 즐기기 위해 가는 여정을 방해할 만큼 거슬리는 각색은 아니였다.


하지만 2부 [최후의 결전]에서의 몇몇 각색은 삼국지 독자로서는 흥미를 떨어트리는 부분이 많았음을 지적한다. 어차피 우리가 알고 있는 삼국지라는 이야기 역시 나관중이 삼국연의란 이름으로 쓴 소설에 지나지 않는다. 어차피 소설이기 때문에 영화에서도 얼마든지 각색은 가능하며 이 영화가 정사에 가깝게 각색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정사를 읽어보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삼국지가 삼국연의라는 점에서 [최후의 결전]은 '이거 왜 이래?'라는 반응을 보이게 만든다.

1. 조조의 수군을 묶는 방통의 연환계책과 서서의 도움
2. 화공을 성공시키기 위한 황개의 고육지계
3. 관우가 도망가는 조조를 살려주는 화용도 전투

적벽대전에서 중점이 되는 이 세가지 이벤트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는 것은 너무나 아쉬운 일이다. 특히 화용도 전투가 빠짐으로 인해 마지막 조조를 살려주며 주유가 '이 전쟁에는 승자는 없소'라는 다소 허무맹랑한 말을 해서 결국 전쟁이 주유에게 있어 '조조에게 스스로 걸어간 소교'를 구하러 가는 헐리우드틱한 스토리라인으로 변해버린 것에는 아주 큰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1. 감녕의 죽음
2. 소교가 조조 진영으로 건너가 시간을 버는 장면

이 2 장면은 삼국연의에는 없는 내용이며 당시 오나라 최고의 장군 강념의 용맹함과 나라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충직함을 그리기 위해 넣은 장면인지는 모르겠지만 창 하나로 성벽도 뛰어넘는 조자룡의 캐릭터 묘사와는 얼밸런스함이 느껴졌다. 소교와 조조의 만남 역시 어떤 의도로 넣었는지는 몰라도 그 이 장면 하나로 '천하의 조조'가 여자 하나로 인해 시간을 지체하다 대패 하는 '천하의 못난놈'이 되어버리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조조를 한순간에 '천하의 못난놈'으로 만들어 버리는 소교.

하지만 제갈공명이 화살 10만개를 조조군으로부터 지략으로 얻어오는 장면이나 주유가 장간을 이용해 채모와 장윤의 목을 치는 장면들은 잘 묘사했다.


인물 묘사는 몇몇 아쉬운 부분을 빼고는 대체적으로 만족

삼국지는 누가 뭐래도 인물이다. 삼국지 매니아들은 스토리 자체보다 이 다양한 인물들의 매력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삼국지의 이벤트를 제대로 그리려면 인물연구도 상당히 해야 할 뿐더러 인물묘사에 뛰어난 감각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에서 보면 오우삼 감독은 개인적으로 인물묘사에 아주 뛰어난 감독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남성적인 액션캐릭터 묘사는 뛰어날지 몰라도 섬세함이 부족할것 같다는 느낌이였다. 하지만 굉장히 노력한 흔적이 보일 정도로 인물묘사는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물론 주유와 조조 그리고 손권 사이에 얼밸런스함이 존재하긴 했어도 말이다. 특히 캐스팅은 아주 적절했다고 판단된다. 특히 제갈량, 관우, 장비, 노숙, 소교는 정말 소설에서 튀어나온 듯한 이미지였다. 하지만 마지막 전쟁장면으로 가면서 오우삼 감독이 가장 자신있어하는 액션들을 스크린에 뿌리느냐 정신이 없었던지 여태까지 잘 유지해온 인물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전쟁장면만은 최고! 최고 액션감독 다운 비주얼!

[적벽대전]의 묘미가 있다면 바로 그건 전쟁씬이다. 전쟁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그 이유는 바로 장면의 스펙타클함에 있다. 전쟁영화들은 상상에서만 존재하는 전쟁의 스펙타클한 장면들을 실제로 옮겨주기 때문에 눈이 즐겁다. 그리고 SF영화와는 달리 장면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전쟁을 좋아하는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우삼 감독의 장점이라고 하면 역시 누가 뭐래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스타일있는 액션영화 전문 감독 아니던가. 오우삼 감독은 명성에 걸맞는 장면들을 연출해낸다. 보는 내내 중국이 아니면 이 수많은 인원들을 무슨수로 동원할까라는 생각과 함께 여기저기 펼쳐지는 전쟁씬은 오우삼 감독의 내공을 충분히 보여준다. 특히 화공으로 조조군의 배를 모두 불태우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너무 헐리우드에서 오래 있었던 탓에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사실적인 장면묘사보다 헐리우드 + 오우삼 감독의 액션틱한 장면들이 많이 연출되었으며 이러한 연출때문에 주유가 떨어지는 소교를 구하는 장면에선 삼국지가 아닌 예전 홍콩느와르 액션을 보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주 좋은 출발, 그러나 아쉬운 결말

[적벽대전]은 [거대한 전쟁의 시작]으로 아주 좋은 출발을 했다. 적벽대전까지 가는 상황을 아주 재밌고 적당하게 그려내었고 2부에 대한 기대감마저 한층 높여주었다. 하지만 [최후의 결전]에서는 각색의 실패와 함께 전쟁씬과 비주얼에만 신경쓴 탓에 역사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 너무 오우삼 감독스러운 영화로 끝이 나버렸다. 오우삼 감독이 조금더 절제하고 역사적 이벤트에 좀 더 신경썼었더라면 삼국지 매니아들까지 재밌게 즐길수 있는 영화가 될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단 [적벽대전]을 액션영화로만 즐길거라면 아주 훌륭한 영화가 될것이다.



WoonG

Comments